김재인 펠릭스에듀 대표 huuuu@naver.com
구본창의 백자 시리즈 〈KRO 01〉에는 한지에서 번져나오는 은은한 핑크톤의 배경을 어스름한 수평선이 가로지르고 있다. 그 수평선의 정중앙에 시간을 거슬러 과거 속에서 건져올린 듯한 백자 대접이 고요하게 놓여져 있다. 마치 이른 아침의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는 아침햇살을 머금은 듯 대접 표면의 백색이 핑크톤의 배경과 어우러지면서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대접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성적 비례를 지나 바로크 시대의 흐려진 윤곽선을 향해 나아가는 감성적 색채를 표현하려는 듯 회화적인 촉각성을 머금고 아련하게 과거에서 현재로, 타국에서 고국의 품으로 돌아와 환대받는 기쁨을 누리고 있는 듯하다. 사진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하나의 초점으로 모아지지 않고 전면으로 흩어지며 한지 배경과 백색 대접이 서로가 서로를 품은 듯한 촉각적 울림을 느끼게 된다. 백자 대접 안에 담긴 “조선(朝鮮)”의 마음이 대접의 표면을 깨트리고 한지 배경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구본창, 백자시리즈-KRO 01, 2004 ⓒ 교토 고려미술관 소장
그의 사진 이미지 속에는 조선(朝鮮)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백자 대접과 배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스며드는 아침(朝)의 공간(鮮), 구본창의 백자 시리즈 〈KRO 01〉의 공간에서 현대인들은 주체중심의 인본주의가 자행한 자연파괴와 인간소외를 돌아보며 ‘정지’의 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정지’의 순간에서 백자 시리즈 〈KRO 01〉의 표면에 새겨진 오랜 세월의 흔적들은 관객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