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은 베이징대 예술경영 박사과정 skyblueh37@naver.com
벌써 최고 기온이 39도에 달한 베이징 폭염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실감하는 6월 중순, 무더위에 경종을 울리는 문경원(1969- )&전준호(1969- )의 전시 《웨더 스테이션(Weather Station)》(5.31-2025.2.9)이 현대모터스튜디오 베이징에서 진행 중이다. 2009년부터 듀오로 활동해온 두 작가는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상황과 급변하는 세상에서 예술의 역할에 관해 탐구하며, 인공지능, 영상, 장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미디어를 넘나들며 인간·비인간·자연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들의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기후변화를 재해석해볼 수 있다.
이번 베이징 전시엔 2022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된 《서울 웨더 스테이션》의 작품이 다시 등장한다. 현대모터스튜디오의 넓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한 대표작 〈불 피우기(To Build a Fire)〉(2022)는 스크린을 통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수천 년간 지구와 기후의 변화 이야기를 전달한다. 스크린 앞에서 안내를 해주는 4족 로봇 ‘스팟(Spot)’은 관람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데, 전준호 작가는 이를 ‘다른 생명체가 본 인류사의 모습’에 착안하여 로봇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불분명한 경계를 제시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전시 작품은 문화예술의 크로스오버 실험 기지인 현대모터스센터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예술 융합’이라는 모토에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시원하고 쾌적한 전시장에서 뙤약볕으로 걸어 나오며, 기후 위기 시대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 역설적이게도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곱씹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