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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3D 그리고 갤러리잔다리에서 열리는 도나타 벤더스 사진전

아트


* 유튜브 영상을 클릭해서 한번 감상해보세요 :)




극장에서 [피나, 2011, 빔 벤더스 감독]의 트레일러를 처음 보고 '우와! 이건 꼭 보러 가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동하는 근육, 무용수들이 빚어내는 선과 동작의 아름다움. 평론가들이 예찬에 사용하는 단어와 어휘들에 대해 공감하는 일이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피나]의 트레일러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들어와있던 단어 낱말낱말들이 제자리를 찾는것 마냥 확 와닿았어요. 이 것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했던 문장들이었구나. 그렇게 느꼈답니다.


영화 안에서는 2009년 영화 촬영 직전에 사망한 '피나'를 그리워하고 '피나'와의 기억들을 한 조각씩 꺼내놓은 단원들의 인터뷰가 중간중간에 삽입되어있는데 '피나'가 새로운 언어를 찾아주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문자와 단어로 이루어지는 '언어'는 우리가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들을 명확하게 정의하여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게 해주지만 '정의'의 과정을 거치면서 풍부한 감정들이 모두 표현되지 못하고 부정확하게 단정지어 버립니다. 한 문장의 글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정보나 사실 같은 일정부분에 있어서는 동일한 것 전달받지만 감정, 묘사, 느낌들을 표현하는 글을 읽을 때는 다들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이해받는 정도가 천차만별이지요.

영화안에서 무용수들이 공연하는, '피나'가 안무한 춤들을 보면서 그동안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많은 단어와 표현들이 그것을 보며 받은 인상과 느낌을 설명하기 위해 떠올랐지만 곧 그것들만으로는 그 춤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말그대로 문자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어떠한 것들을 전달하고 있었으니까요.


'피나'가 안무하고 연출해낸 무대는 무용수들뿐만이 아니라 무대장치와 배경이 빚어내는 화면의 아름다움도 굉장히 서정적이면서 그 힘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잘 절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담아낸 화면에도 그 공이 돌아가야 할것 같아요.

빔 벤더스 (Wim Wenders, 1949, 독일) 감독은 이름은 들어봤던것 같은데 어떤 영화를 찍었던 감독인지 잘 몰랐어요.

알고보니 저도 영화를 한 편 소장하고 있는 감독이네요. [베를린 천사의 시, 1987, 빔 벤더스 감독]의 감독입니다. 




7살때 사진촬영을 시작해서 12살에 자신 만의 암실을 가졌다고 합니다. 빔 벤더스 감독과 사진에 관한 이야기들은 

 [한번은:빔 벤더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 2011, 이동준 번역;네이버북스] 출판사 이봄에서 번역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위에 올린 [베를린 천사의 시]의 스틸컷을 보면 확실히 극장에서 자주보던 영화들의 화면과는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87년이라는 시간과 흑백화면이 주는 느낌도 있겠지만 어딘가 '사진 전시회'에서 보던 그런 화면들과 더 닮아 있어요.

영화 [피나]에서 보여지는 화면들도 그렇습니다. 극장에서 보던 화면보다는 전시장쪽에 좀더 익숙해 보입니다. 

이 영화가 전시장에서 상영되어 있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것 같아요. 


2009년 영화 촬영 직전 암이라는 진단을 받은지 불과 5일만에 세상을 떠난 피나를 기리기 위해 빔 벤더스 감독은 영화를 완성 시켰습니다. 3D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공연 영상을 3D로 보는 것은 꽤 장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무대라는 좁은 공간의 깊이감이 마치 팝업북과 같은 느낌으로 전달된다는 약점 등 직접 공연장에 가서 보는 것과 같진 않겠지만 감독이 촬영하여 편집한 영상에는 공연장에서 직접 볼때와는 또 다른 큰 장점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영상으로는 배우의 춤과 연기를 좀더 근접해서 볼 수도 있고 동시에 화면 전체가 어떤 느낌인지 보여주기도 하지요. 일단 극장에서는 한 자리에 앉아서 관람해야 하니 동시에 그렇게 보는건 어렵거든요.


화면 안의 [피나 바우쉬, 1940-2009 ; 네이버캐스트] 는 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채 고요한 시선을 가진 사람으로 보입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부퍼탈 탄츠테아터(Wuppertal Tanztheater) 발레단원들의 인터뷰에서 엿보이는 피나는 인간의 깨질듯한 예민함, 극단적인 수줍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싸안는 사람입니다.

어딘가가 늘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써 부족함과 약점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와 안도감을 주는지 그것을 받아본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함께 이상을 꿈꾸고 그것을 찾기 위해 의견을 나누고 노력하고 무언가를 창작해 내는 과정을 인도해주는 멘토로써 피나가 단원들에게 얼마나 큰 신뢰를 받고 있는지 절절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현재 홍대 서교동에 있는 갤러리 잔다리에서 빔 벤더스 감독의 부인인 [도나타 벤더스의 사진전;갤러리 잔다리](~10.26)이 열리고 있습니다. 

도나타의 첫 국내전시이고 부퍼탈 발레단원인 한국인 김나영 씨가 연결고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상 1층, 지하 1,2 층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영화 피나 의 촬영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과 도나타 벤더스의 베를린 연작 등을 볼수 있습니다. 

많은 것이 디지털화 된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현상'과정을 통하여 인화된 사진들은 사진임에도 질감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어 마치 목탄이나 파스텔로 정교하게 그린 회화에 가깝게 보입니다. 

건조하고 무채색으로 표현되는 사진임에도 그 안에는 외로움과 쓸쓸함 혹은 피곤함, 그러면서도 삶과 감정이 베어있는 느낌은 빔 벤더스의 영상에서 느꼈던 감상들과 어딘가 닮아 있습니다. 도나타가 보내준 인터뷰 영상도 함께 전시되어있었어요 :)


* 모든 이미지는 클릭하면 원 출처로 연결됩니다.

* 링크가 걸린 텍스트는 ; 뒤에 연결출처를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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