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사용되었다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일반인에게도 익숙해진 ‘멀티플레이어’라는 용어는 주어진 다수의 상황, 일, 정보 등의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시키기에 능한 기계나 사람을 일컫는다. 장현주에게 있어서 다층적인 역할이나 감정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현대인의 삶은 ’멀티플레잉‘이 난무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그는 대중매체를 통해 심각한 사회문제를 접하며 화나고 숙연해지다가도 동시에 생일을 맞은 친구를 축하해 주며 웃어야 하며 또 한 편에서는 개인적인 걱정거리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모습임을 토로한다.
장현주의 작업은 이러한 동시다발적인 이미지가 연결고리를 생성해가며 어우러지는 현상을 구현하고 있다. 캔버스에 등장하는 일상적 소재들은 작가가 곁에 두고 늘 지켜보는 생활 오브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데, 그는 이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왜곡, 변형하여 그가 화면에 창조해 낸 세계에 위치시킨다. 장현주는 이를 ‘마치 쇼핑카트에 물건을 담듯 그리고 싶은 이미지를 골라 마구 뒤섞는’ 단계라고 표현한다. 이미지들은 오묘한 색채로 구축된 배경 위에 안착되어 서로 견제하거나 균형을 이루거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부조화 속의 조화’가 나타나는 때가 작가에게 있어서는 ‘희열’로 점철되는 순간이 된다.
갤러리가비의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이미지들의 향연과 함께, 그 조형적 조화가 희열을 전달하는 장현주의 회화 및 드로잉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드로잉을 비롯한 7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갤러리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