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우리 예술이 걸어온 길
관리자
우리 예술이 걸어온 길
김달진 미술연구소에서 찾은
우리 미술 사료들
김달진 미술연구소라는 이름에서 조금은 짐작할 수 있듯이, 그야말로 김달진이라는 한 사람이 오랜 시간 공들여 모은 자료들이 모여 있는, 오로지 김달진 소장의 치열한 노력과 열정 으로 세워진 김달진 미술 연구소에서 소중한 미술 사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에 관심이 있었다는 김달진 소장. 그림을 좋아했던 그는 잡지에 나온 명화를 뜯어내고, 신문에 나온 미술관련 기사를 오리고, 전시회 입장권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 보면 조악한 인쇄라 생각하기 쉽지만, 55년생인 김달진 소장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에는 그림 한 장 한 장이 귀했다고 한다. 그림 한 장을 얻기 위해 잡지를 사고, 전시회 입장권 하나도 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의 수집벽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1960년대 출판되어 낡을 대로 낡은 책의 뒷면에는 김소장이 책을 구입한 날짜와 500원이라는 가격이 또렷하게 적혀있다.
미술자료 전문가
김달진 소장은 1981년부터 96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에 근무했는데, 이때는 전시회 도록을 모으기 위해 쇼핑백을 들고 금요일마다 인사동 등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았다고 한다. 자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던 상황에서 그는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료를 모으러 나가는 일을 마치 놀러 나가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금요일의 사나이, 쇼핑백의 사나이에서 미술계의 마당발, 걸어 다니는 미술사전 등으로 별명도 변해가며 어느새 그는 미술 자료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었다.
김달진 소장은 자신이 소장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술자료 기록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글을 써서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많은 미술자료가 사실과 다르게 기록되고, 한 번 잘못 기록된 정보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너무나 당당하게 사실인 것처럼 되어 버린 것을 조목조목 지적함으로써 정확한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검증한 글들은 미술계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처럼 김소장은 국내 미술자료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정부나 기업에서 하지 못하는 미술자료센터를 설립하자고 꾸준히 제안 해 왔다.
김소장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김달진미술연구소를 이전하고, 그동안 모아온 수많은 미술자료를 정리하고 분류하여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37년간 모아온 각종 자료를 기본으로 미술 관련 단행본, 연속 간행물, 미술인 파일, 신문기사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그러나 충북 옥천의 고향집에는 아직 가져 오지 못한 자료들이 많이 남아있을 만큼, 현재로서는 공간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후원자가 있어도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한다.
미술관련 종사자, 연구자 및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확하고 신속한 미술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미술연구소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무조건 공개할 수가 없어 우선 5월부터는 회원제, 예약제로 이용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한다. 사실 이곳은 김소장의 일터이기도 해 일반인에게 공개하기란 쉽지않았다. 연구소 직원들의 업무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 자료가 파손되거나 손실될지도 모른다는 점들이 조금은 걱정되지만 그래도 귀중한 자료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일반인에게 열기로 한 것.
김달진 소장은 현재 <서울아트가이드>를 발행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아트가이드>는 2002년 창간되어 현재는 각종 전시회, 미술계 소식, 평론가의 리뷰, 미술 칼럼, 신간 소개 등을 수록하고 있다. 240여 개 미술관과 화랑에 배포되어 전시회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전시장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소식지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하고 알찬 정보들로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로 손꼽히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달진닷컴은 <서울아트가이드>에 수록된 내용을 포함해 지면 관계상 싣지 못했던 더욱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뉴스, 미술계 동정, 미술기사 색인, 미술인 인명록, 게시판 등을 통해 미술인들과 미술 애호가들이 필요한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김소장은 ‘김달진 아트투어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인 미술행사와 비엔날레 등을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미술과 관련된 것이라면 신문기사의 작은 활자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는 김달진 소장이 평생의 집념으로 이루어 놓은 미술계의 귀중한 자료들, 그가 모은 것을 잘 보존하는 일은 이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 신한은행 멤버쉽 매거진 <클럽 리슈> 2007년 5월호 P 44 - P 45
에디터 / 채의병, 사진 / 진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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