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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사랑 유명CEO들 ‘미술사업 속으로’

관리자


“사장님은 새로 만든 갤러리에 계세요” “우리 회장님요? 경매사 설립에 바쁘시죠”. 중견기업 오너와 CEO들이 미술문화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이에따라 새로운 경매사가 속속 탄생하는가 하면, 갤러리 비즈니스도 빠르게 재편되며 미술계는 더욱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유명사장님들의 미술사업 도전’, 과연 어떤 양상을 띠고 있고, 어떻게 봐야 할까?

올들어 미술사업에 뛰어든 기업인은 줄잡아 15여명에 달한다. 다년간의 미술품 수집노하우와 기업경영능력을 바탕으로 미술유통업에 뛰어든 기업인으로는 로또복권 판매업체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의 남기태 회장, 명품의류 유통업체 웨어펀의 권기찬 회장, 수입가구업체 엠포리아의 정연석 회장, 건설시행사 힐코리아의 전기열 사장 등이 꼽힌다. 또 패션업체 쌈지의 천호균 사장, 이금룡 전 옥션코리아 대표 등도 뛰어들고 있다.

▶경매, 기업인 진출 가장 활발한 분야=국내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자 기업인들은 경매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중 ‘아트경영’으로 유명한 패션기업 ㈜쌈지의 천호균 사장의 행보가 가장 귀추를 모은다. 인사동에 복합아트매장 ‘쌈지길’을 선보인 천 사장은 세중나모여행 천신일 회장, 벽산엔지니어링 김희근 회장, 톰보이 김명희 회장, 유유산업 유승필 회장 등 미술계에서 ‘눈밝은 컬렉터’로 알려진 7명의 기업인과 함께 경매사 ‘옥션별’을 출범시켰다. 옥션별측은 “예쁜 그림에서 벗어나 우리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작가의 대작 경매 등이 이뤄져야 하지 않게느냐”며 이 부분을 특화하겠다고 밝혔다.

로또복권 사업자인 KLS 남기태 회장도 경매업에 진출한다. KLS는 계열사인 엔트로이엔엠을 ㈜인터알리아로 변경하고, 삼성동 코엑스 뒷편에 전시와 경매를 겸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인터알리아는 경매에 앞서 1월말 전시사업부터 전개한다. 디오리지날가구를 운영했던 정연석 엠포리아 회장의 행보도 요란하다. 정 회장은 논현동에 D옥션을 설립하고, 이미 두차례 경매를 시행했다.

또 국회의원을 역임한 신천개발 구천서 회장도 지난해말 미술경매사 ㈜KU옥션을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 경매를 시행한다. 구 회장은 지난 5월에는 중국 베이징에 구(KU)아트센터도 오픈했다. 이밖에 권성문 KTB네트워크 회장의 행보도 관심거리. 수년째 알짜배기 작품을 사들여온 권 회장은 지난해 아이원창투를 통해 미술경매사 ㈜서울옥션의 지분 25%를 매입, 화제를 뿌렸다. 서울옥션은 내년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어서 ‘벤처캐피털업계 고수’인 권 회장의 활약이 주목된다. 이밖에 이금룡 전 옥션코리아 대표는 중견작가들이 설립한 ㈜오픈옥션 사장에 위촉됐다.

▶기업인이 설립한 갤러리, 규모부터 달라= 아이그너, 겐조 등 명품브랜드를 수입판매해온 ㈜웨어펀 권기찬 회장은 ‘국내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건물’인 서울 청담동 네이처포엠 1층에 3300㎡(100평)규모의 오페라갤러리를 오픈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네이처포엠은 1층 임대료가 3.3㎡(1평)당 약1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빌딩. 지난 20여년간 미술품을 수집해온 권회장은 프랑스의 다국적 화랑체인인 오페라갤러리와 49:51로 공동투자해 피카소 샤갈 등 국내서 쉽게 접하기 힘든 해외거장 작품의 전시및 판매에 돌입했다.

부산에서 건설시행사 ㈜힐코리아를 운영 중인 전기열 사장도 미술사업자로 변신했다. 해운대 전 롯데마트 자리에 초대형 전시관인 아르바자르를 개관한 전사장은 개관전에 무려 5000점의 작품을 전시한바 있다. 한편 ‘미술계 최고 큰손’인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뉴욕 첼시에 무려 2600㎡(800평) 규모의 갤러리를 오픈하며 기염을 토했다. 800평짜리 화랑은 뉴욕에서도 전무후무한 규모.

이처럼 금융 유통 패션 건설분야 막강자본이 유입됨에 따라 국내의 미술품 유통구조는 크게 재편되고 있다. 기업이 설립한 화랑과 경매사는 일단 자본력과 시장돌파력에서 한 수 위여서 기존업체는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선진화를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미술계에 돈이 몰린다고 해서 모두 수익사업에 쏠리는 것은 문제다.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미술계의 기초체력에 해당되는 인프라 구축과 미술관 설립이다.

미술자료전문가인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장)씨는 “자본력을 갖춘 강자들이 많이 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과연 선의의 경쟁을 펼칠지는 미지수다. 또 대안공간과 미술관이 태부족하고, 변변한 아카이브 하나 없는 시점에서 기업들이 사업에만 몰리는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헤럴드경제 11.20
- 이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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