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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소격동 시대

관리자

[노재현 시시각각] 국립현대미술관 소격동 시대

중앙일보 2009.01.16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다들 환호하고, 대단한 분위기였어요. 변방으로만 돌던 우리나라 미술계에 큰 희망을 던져준 사건이에요!”

김달진미술자 료박물관의 김 관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제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옛 국군기무사령부 건물 강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갔다. 당초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오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석해 놀랐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이 이런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게다가 대통령은 “이곳 기무사 부지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분관으로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1995년 종로구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이 자리에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는데, 그때는 힘이 없었다. 이제는 대통령이 돼 할 힘이 생겼다고 생각돼 한번 해보려고 한다”는 말이 이어지자 참석자들이 모두 박수치며 기뻐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한 미술계 인사는 “그동안 서명운동, 청원, 탄원서를 내가며 다들 얼마나 바랐습니까. 학수고대, 오매불망이었는데…”라며 감격했다.

과천에서 기던 현대미술관이 드디어 남태령을 넘은 것은 정말 문화예술계의 큰 경사다.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출범한 지 올해로 꼭 40년. 초창기에는 경복궁 안쪽 구석의 지금은 헐린 건물을 사용했다. 73년에는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했다. 86년에 다시 경기도 과천의 서울대공원 안으로 옮겼다. 건물은 그럴듯했지만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명색이 하나뿐인 국립현대미술관인데, 40년 내내 남의 집(경복궁·덕수궁·서울대공원) 대문을 통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던 셈이다.

기무사 부지 내 국군서울지구병원은 이중섭(1916~1956) 화백이 생애 끝 무렵에 머무른 곳이기도 하다. 『이중섭 평전』의 저자 최석태씨는 “말년의 이중섭은 대구에서 당시 국군수도병원이던 이 병원에 옮겨져 한동안 치료받다가 청량리 뇌병원을 거쳐 서대문 적십자병원에서 불운한 삶을 마쳤다”며 “이곳에 현대미술관이 조성되는 것을 지하의 고인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의 빅 뉴스는 요즘 미술계가 최악의 상황이라 더 빛이 난다. 신정아씨 사건 이후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딱 하나 좋은 일이라면 ‘학동마을’ ‘행복한 눈물’ 같은 작품과 작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정도랄까. 미술품이 무슨 뇌물 수단쯤으로 치부되게 만든 일련의 사건들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멍 자국으로 남을 것이다. 위작 시비도 현재진행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명문 미술대학에서는 교수가 입시부정 의혹을 폭로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미술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시한폭탄’이 장착됐다. 13년이나 줄다리기가 계속돼온 미술품 양도소득세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시행시기를 2011년으로 미루고, 6000만원 이상의 작고한 작가 작품에 한해 적용하기로 내용이 완화됐다지만, 연쇄적인 거래 침체로 중저가 미술품 시장과 가난한 화가들도 신음하게 만들 게 뻔하다. 그러나 ‘땅(부동산) 사는 사람과 그림 사는 사람을 똑같이 취급하는’ 정책당국의 사시(斜視)에 대해 미술계는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굴복했다. 경제난까지 덮친 탓에 요즘 대형 화랑들도 직원 수와 급여를 줄이고 대형 기획전도 미루고 있다.

소격 동 국립현대미술관 시대를 맞이한 미술계가 다시 기지개를 켰으면 좋겠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작가·화랑·컬렉터·정책당국자가 서로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현대미술관이 나서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내친김에 더 바라자면, 이 기회에 소격동 현대미술관을 대통령 말처럼 ‘분관’이 아니라 아예 ‘본관’으로 격상시키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 원본링크 : news.joins.com/article/aid/2009/01/16/3291203.html?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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