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마친 ‘한국미술 3040 기대주’
평단에선 “실력자 정확히 뽑았다”
한길 걷는 작가들에게 큰 용기 줘
‘3040 기대주’ 기획에는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던 평론가·큐레이터 등이 대거 참여했다. 함께한 이들 몇몇이 모였다. 왼쪽부터 시리즈를 공동기획한 ‘김달진미술연구소’의 김달진 소장, 선정위원으로 참여한 윤진섭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과 최은주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관리실장, 작가론을 기고한 안소연 전 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실장과 미술평론가 강수미씨, 선정위원인 미술평론가 최열씨. [사진-조문규 기자]
기획부터 연재까지, 반 년 남짓한 ‘대장정’이 끝났다. ‘한국미술의 미래, 10인을 주목하라’는 기사가 본지 1면·18면에 나간 1월 29일, 미술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선정된 작가 10명이나 선정위원 50명의 면면이 미술계 안팎에서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김선정 교수), “젊은 미술가들이 종합일간지 1면에 보도된 것에 놀라고 고무됐다”(윤진섭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화가 지망생의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독자는 “내 딸도 열심히 해서 앞으로 이런 후보에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정위원에 화상보다는 평론가·큐레이터 등이 나서줘 ‘잘 팔리는 작가’보다는 ‘실력있는 작가’들이 정확하게 뽑힌 것 같다”고 연락해 왔다.
어려움도 있었다. 조사를 주도한 ‘김달진 미술연구소’ 김달진 소장은 “‘작가 10명을 선정하기 위해 나머지 수백명의 작가를 적으로 돌릴 필요가 있겠느냐’는 걱정 반 비판 반의 충고도 많이 받았다”고 뒤늦게 털어놓았다. 그만큼 미술계에 비평의 토양이 척박하고, 건설적 토론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에 반짝열풍이 불면서 ‘경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 TOP 10’ ‘가장 그림값이 오른 작가 TOP 10’ 등의 순위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소개는 턱없이 부족했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최근 몇 년간 미술계의 중심은 시장이었던 것처럼 비쳐졌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기획은 미술계를 움직이는 핵심적인 힘을 보여준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은 신인(20∼30대)과 중견(40∼50대)의 중간에 있는 30∼40대 작가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 미술평론가 강수미 씨는 “평론을 하다보면 될성부르다고 판단했던 20대 작가가 발전없이 작품만 열심히 팔고 있어 낯뜨거워지기도, 별 볼 일 없다고 판단했던 또다른 젊은 작가가 10여년 뒤 독창적 세계를 보여줘 다시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형성했고, 앞으로의 잠재력 또한 큰 30,40 작가에 주목한 점이 참신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을 배제했건만 시장도 반응했다. 3개월에 걸친 작가 릴레이 인터뷰 중 기자가 방문한 한 대형화랑의 접견실에는 이번 시리즈에 소개된 두 화가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보도 후 ‘이들이 누구냐’ ‘어떤 작품이냐’라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져 구해다 걸었다”는 게 화랑주의 설명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고무된 것은 이번 시리즈에 언급된, 그리고 언급되지 않은 수많은 젊은 작가들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다 2년 전 귀국해 국내 화단에 덜 알려진 ‘신인 아닌 신인’ 박현수씨는 “평론가들이 정말 나를 이렇게 주목했느냐”고 기자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다. 이제야 말하지만 작가 선정기간은 예상외로 지난했다. 그만큼 평론가들이 추천한 작가가 많아 경합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작가는 소수지만, 독자들이 눈여겨 볼 만한 작가는 훨씬 많다.
권근영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3040 말·말·말
-‘미술계 엄친아’로 불리는 설치미술가 서도호씨
“미술을 한다는 것은 나의 참모습을 보기 위해 거울을 열심히 닦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거울을 닦고 있다. 그리고 미술이 적어도 인생을 막 살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잘 나가는’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씨
“나는 매 순간 막다른 골목을 달린다. 부딪쳐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돌진하면 마지막 순간 벽이 열리더라.”
-해외도시를 떠돌며 활동해 ‘신유목민 작가’로 불리는 설치미술가 양혜규씨
“유랑극단처럼 떠돌면서 클럽의 보안요원, 바텐더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외국인으로 사는 외로움·소외·고립을 내 작업에 백분 이용했을 뿐.”
-저널리스트 출신 현장 사진가 노순택씨
“세상은 대체 어떻게 굴러가는가, 나라는 인간은 뭔가, 내가 다루는 사진이라는 매체는 뭔가, 이 세 가지가 내가 항상 붙잡고 있는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