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백수의 기백을 사랑한 여류수필가, 김향안
관리자
문화부 김영태 기자
<미술인의 운문과 산문>전, 김달진미술자료 박물관서 8.31까지
“나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좋다. 남성도 중년 신사보다는 청년이 좋다.
가다가 낯선 다방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거기 하나 가득 청년 장정들이 어깨를 버티고 앉아 담소하고 있은 것을 볼 때,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후끈해지고 미소가 절로 부풀어 오르며 무엇인지 나도 모르게 자신이 만만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설 혹 그들의 담소가 유치하고 가다가는 지나치게 건방진 때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조금도 탓할 바 없는 무관한 일이다. 정의와 용맹과 이상에 불타는 그들의 젊음은 오늘날 그들의 조국이 낡고 병들었어도 내일 다시 그 위에 새로운 조국을 세울 수 있는 건전한 반석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김향안 수필집, <월하의 마음>에서)
김향안(1916-2004) 여사는 김환기 선생의 인생과 예술에 있어 절대적인 동반자이자 지지였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 스스로도 문필가이자 화가였다. <월하(月下)의 마음>은 1952년 부산 피난지에서 씌어진 여사의 수필 제목이다. 전쟁의 와중에 피난지 분위기는 피폐함과 삭막함, 실의와 절망이 가득했을 법한데, 36세 여류 수필가 김향안이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의 기백에 대한 기대와 믿음, 따스한 애정이 스며 있다. 요즘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니 ‘88만원 세대’니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는지, 최소한 청년들을 위로하는 마음이라도 품고 있는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미술인의 운문과 산문”을 주제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전시기간은 8월 31일까지다. 이번 전시에는 <표암 강세황의 산문전집><자하 신위 시선>,<화구암난묵-조희룡 전집> 등 18,19세기 화가의 산문에서부터 김용준의 <근원수필>,나혜석, 고유섭, 이중섭, 김환기, 최순우, 김원룡, 이우환, 최욱경, 손상기 등 20세기 전, 후반에 이르기까지 미술인 40여명의 문집이 전시되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02- 730-6216(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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