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 발길 끊기고 거래 뚝…화랑가 벌써 양도세 충격
관리자
"창작 문화콘텐츠에 웬 세금이야?" "가뜩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이 판국에…."
서울 청담동 · 인사동 화랑가에 이런 장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08년부터 미술시장이 급격한 침체에 빠져든데다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시행을 4개월 앞두고 벌써부터 신분 노출과 '세금 폭탄'을 우려한 컬렉터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화랑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들고 있어서다.
최근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인해 신축 건물이나 새로 이사한 집에 걸 작품 수요마저 급감해 화랑계는 이래 저래 죽을 맛이다. 유럽 · 중국 등 국제 미술시장이 활기를 되찾아가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정부는 다른 소득과의 과세 형평을 맞추기 위해 양도가격 기준으로 6000만원 이상인 고가 예술품에 대해 내년 1월부터 '기타 소득'으로 분류해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할 예정이다. 단 양도일 현재 생존 국내 작가의 작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화랑가 체감 경기는 '바닥'
미술품 경매시장에는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다소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화랑가의 체감 경기는 바닥이다.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통했던 삼성의 미술품 구입이 뚝 끊긴 충격파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컬렉터의 발길이 뜸해졌다. 여기에 양도세 부과가 임박하면서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화랑들은 당장 컬렉터들의 발길이 끊긴 것도 답답하지만 양도세 부과에 따른 신분 노출을 꺼리는 컬렉터들이 작품 구입을 아예 포기할까봐 더 걱정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의 미술품 유통업자 K씨는 "작고(作故) 작가나 외국 화가들의 6000만원 이상 작품들이 벌써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컬렉터들의 구매 심리가 꽁꽁 얼어 붙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화랑미술제의 작품 판매액은 15억2000만원으로 작년(32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업 부진으로 인해 팔려고 내놓은 화랑도 늘고 있으며 큐레이터의 수도 줄여 '나홀로' 근무하는 화랑이 늘어나는 추세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장은 "미술품 거래가 실종되면서 300여곳의 화랑 가운데 3분의 1은 사실상 휴업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정부가 양도세 부과 방침을 강행하면 이런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 더 좋지 않다는 것.지난달 중순 이후 거래를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정종현 갤러리 미즈 대표는 "화랑들이 궁여지책으로 가을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를 준비하고 있지만 애호가들이 전시장으로 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갤러리 현대는 하반기 전시회를 줄여 미디어 아트기획전 '파워하우스',김창열,웹아티스트 그룹 '장영혜 중공업',독일 사진 작가 토마스 스트루스전만 잡아놓고 있다. 선화랑,학고재 갤러리,노화랑,동산방화랑,박영덕화랑,우림화랑,예화랑,박영덕화랑 등도 시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시회를 줄일 방침이다.
◆추락하는 그림값
'국민 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이중섭 장욱진 이대원 유영국 최영림 도상봉 윤중식 남관 김흥수 박고석 오지호 임직순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값은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2007년에 비해 50% 이상 곤두박질쳤다. 양도세가 부과되면 추가 하락도 예상된다.
작고 작가 중에는 이대원 화백의 그림값 하락폭이 가장 컸다. 2007년 초 서울옥션에서 12호짜리가 2억5000만원에 낙찰됐으나 하반기에는 비슷한 크기의 작품이 9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최영림 화백의 1993년 작 '모래' 그림은 호당 200만원 선까지 떨어졌고 유영국(300만원) 임직순(150만원) 화백의 그림도 2007년 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갔다.
생존 작가의 그림값도 마찬가지다. 2008년 하반기부터 고개를 숙였던 이우환의 그림은 올해 초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추세다. 30호 크기의 '선' 시리즈가 3억5000만원 선에 매물로 나와 있다. 50대 스타 작가 오치균의 40호 크기 '산타페'는 2년 전만 해도 2억5000만원을 호가했으나 최근에는 4분의 1 수준인 6000만원에 내놓아도 찾는 사람이 없다. 한때 호당 1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던 김종학의 20호 크기 설악산 풍경화는 4000만원,사석원의 40호 크기 '올빼미와 꽃병'는 1700만원 선으로 내려왔다.
표미선 한국화랑협회장은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미술품 가격이나 거래에 대한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세금만 부과했다가는 미술시장의 거래만 위축시키고 음성적인 거래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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