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우리 시대 작가 10인, 그들이 말하는 창의력의 비밀
관리자
“작가란 언제나 단절된 걸 뚫고 나와야 하는 사람. 환경을 포함해 작가에게 주어진 모든 건 도전이다.”(이불)
“세상은 대체 어떻게 굴러가는가, 나라는 인간은 뭔가, 내가 다루는 사진이라는 매체는 뭔가. 이 세 가지가 화두다.”(사진가 노순택)
“예술의 모든 것을 정의할 수 있고 파악할 수 있다면 결코 예술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마지막 가능성이야말로 창작의 희열이다.”(데비한)
“미술을 한다는 것은 나의 참 모습을 보기 위해 거울을 열심히 닦는 것. 미술이 적어도 인생을 막 살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서도호)
“나는 매 순간 막다른 골목을 달린다. 부딪쳐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돌진하면 마지막 순간 벽이 열리더라.”(정연두)
데비 한 작가의 ‘좌삼미신(Seated Three Graces·2009). 서구미의 상징인 비너스와 한국의 ‘찜질방 토크’ 자세를 결합시켰다.
젊은 작가들의 이런 육성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 있다 할 수 있다. 서울 미대 대학원 석박사과정에서 미술이론과 경영을 전공한 권근영 중앙일보 기자의 책이다. 미술과 대중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이 즐겁다는 그가, 중앙일보 미술담당으로 일하던 2009년 연재했던 ‘한국미술의 대표 30~40대 작가’ 시리즈를 발전시켜 책으로 만들었다. 김달진미술연구소와 함께, 미술 전문가 50인이 한국 미술의 미래를 이끌 10명의 젊은 작가를 선정했다. 김주현(조각), 노순택(사진), 데비한(사진·개념),박병춘(동양화), 박윤영(설치), 박현수(서영화), 서도호(설치), 양혜규(설치,개념), 이불(설치), 정연두(미디어아트)씨다.
연재가 끝난 후 필자는 다시 그들을 찾았다. 기꺼이 작업실 문을 열어준 작가들은 창작 노트, 스케치, 과거의 작업들을 꺼냈다. 예술가가 생각하는 예술, 창작의 원천 등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가령 조각가 김주현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거실에 세워둔 이젤에 선긋기를 한다. “흰 종이에 선을 그으면 아무리 화가 나고 슬퍼도 마음이 진정된다. 아예 작정한 수행이다”라고 말했다. 양혜규는 예고와 미대에서 장기간 배운 ‘그리기’를 애써 잊어버리려 한다. 미술가로서 자신을 속박하는 가족관계에서도 벗어나기 위해 주 활동무대인 베를린을 떠나 서울에 돌아와서도 집을 찾아가지 않는 그다. 이불은 “하루에 몇 시간 작업하느냐”는 질문에 “뭔가를 하루에 몇시간 사랑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일축했다. 사진 한 번 쓰지 않고 발품팔아 전국을 누비며 사생하는 산수화가 박병춘은 “그리고 있을 때야말로 욕구가 충족된다”고 털어놓았다.
“미술가들의 창의력의 비밀이 인터뷰의 화두였다. 답은 몰입과 성실. 차가운 (현대)미술을 하는 미술가들은 의외로 뜨거웠다.” 필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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