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2년을 전망한다① 예술경영인에게 보내는 신년인사

우리가 바라는 것

김달진, 박용재, 송승환, 최정원


아카이브의 새 역사를 바란다

김달진 _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우리 연구소는 월간 미술정보지 [서울아트가이드] 발행을 시작으로 다양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시각예술 정보를 공유하고 또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나 한국미술정보센터를 통해 미술자료를 아카이빙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연구소 개소 10주년으로 맞이해 '2000년 이후 미술계 변화 여덟 가지'에 대한 미술평론, 큐레이터들의 설문조사 결과와 2011년 한 해 동안 새로 개관한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등 전시공간 176개의 변화를 망라하여 [서울아트가이드] 2012년 신년호를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 연구소가 조사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행하는 『문예연감』에 따르면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 숫자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미술계의 외형적 성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자료에 대한 인식이나 정리 현황은 아직도 구태의연하다.

미술아카이브는 국가의 유산이고 공공의 기록물이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의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내세우고 2010년 국립예술자료원이 개관했지만 현재의 유산이 될 동시대 미술아카이브에 대해서는 아직도 관심이 부족하다. 도서의 경우 1980년대부터 국립중앙도서관의 주도 하에, '한국문헌자동화목록법'(KORMARC Korean Machine Readable Catalog)에 따른 단행본 개발이 시작되어 각 도서관의 도서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할 수 있는 기틀이 잡혔으며, 94년에는 도서관전산화프로그램인 '코라스'(KOLAS 공공도서관표준자료관리시스템)가 개발, 보급되어 전국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술아카이브에 이런 식의 국가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아카이브와 기록물 관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아카이브 시스템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이고 문화적 경쟁력이다. 2012년, 미술아카이브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김달진은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화예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이자 월간 [서울아트가이드] 편집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 한국미술정보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바로 보는 한국의 현대미술』『미술전시 기획자들의 12가지 이야기』(공저), 『대한민국미술인인명록 1』(편저) 등의 저서가 있다. 페이스북


시대를 창조하는 예술경영

박용재 _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예술은 어느 시대든 큰 의미로 존재해왔지만, 지금, 다시 예술의 가치를 생각하고, 생산자인 예술가와 소비자인 관객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정보교류에 높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막대한 제작비 등, 이전보다 더 심각한 재원조성 문제에 봉착해 있으며, 따라서 공공지원과 현장의 자생력, 경쟁력 확보라는 어려운 화두가 최근 국내외 예술경영에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협업이다. 국내외 공연예술 기관 및 관계자들 간의 협력과 공생이 더욱 절실하며 나아가 예술 내뿐만 아니라 산업을 포함한 그 밖의 영역과도 협력하여 그 가치를 확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예술경영은 단순히 예술계 내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에 활기와 생기를 불어넣는 창조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이러한 점에 주목하고 변화하는 시대를 읽고 그에 걸맞은 창조적인 예술경영의 방법을 모색해오고 있다. 예술경영과 관련된 정보와 지식의 실시간 공유, 확장을 통해 현재와 미래에 대비하는 지식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물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 창조적인 예술경영을 위한 가치 있는 발견을 위해, 시대를 창조하는 예술경영으로 거듭나기 위해 늘, 그렇듯이 올 한 해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필자소개
박용재 _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만약'을 믿는다면

송승환 _ PMC 프로덕션 대표

새해가 밝았다. 늘 그렇듯이 시간은 흐르고 세계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 살다보니 이 시대의 속도감에 자못 현기증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현기증을 마음껏 누릴 처지가 못 된다. 적어도 꿈을 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몽상가들은 세상의 변화를 자기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만약'이라는, 상상력이 지닌 파급력을 실감한다면 적어도 세상의 변화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처음 <난타>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세계의 장벽은 높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의 문화예술이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잠재적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물론 이것이 지속적으로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인적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세계적 작품을 만들려면 남들과 똑같은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의 바람은 우리나라 공연을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 속에서 우리의 공연예술을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 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도 진행중인 나의 꿈이다. 새해를 맞이해 이 시기에 특히 생각나는 것은 상상의 '만약'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냐는 것이다. 예술경영인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꿈을 꾸고 있는지 그리고 그 꿈을 꾸고 있는 당신 자신을 믿고 있는지를 되돌아 봤으면 한다. 그것이 시작이다.


필자소개
송승환은 KBS 아역배우로 데뷔해 배우로 활동하다 공연 프로듀서로 전환했다. 1989년 극단 환퍼포먼스 창단, 1996년 (주)PMC 프로덕션을 창립했고 현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능한 손, 따뜻한 사람

최정원 _ 무대감독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또 어떤 한 해가 될지, 어떤 작품을 만나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기대되고 설렌다. 언제나 그렇지만 새해를 맞이하면 좋은 한 해가 될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는다. 나의 새해는 이맘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성묘로 시작된다. "네가 하기 싫은 일은 남들도 하기 싫은 일이다. 항상 앞장서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한단다." 할아버지께서 어린 나에게 해주신 말씀 중에 살면서 새록새록 떠오르는 대목이다.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좋은 예술가를 알아보고, 좋은 작품과 예술가를 대중들과 연결하는 예술경영인들은 아마도 나의 할아버지 말씀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들 살아가는 분들인 것 같다. 남들처럼 이미 만들어진, 좋은 작품과 좋은 예술가를 파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좋은 작품과 좋은 예술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작년 한 해 동안 웹진을 통해 만난 많은 예술경영인들은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며 남들이 쉽게 가려는 길을 가지 않고 어렵지만 보람된 길을 걷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한 해 어려운 제작여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술경영인들께서 희망과 꿈을 가지고 새로운 무대와 새로운 예술가들을 발굴하여 지난 한 해도 재밌는 공연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 올 한 해도 좋은 꿈을 많이 이루시길 기원한다. 아울러, 작은 소망을 보태자면, 비싼 장비, 많은 장비에 투자하지 마시고 유능한 손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에게 투자하시길 소망한다.


필자소개
최정원은 뮤지컬, 연극, 무용, 오페라, 발레, 축제 등의 무대감독, 기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서울예술단과 서울국제무용제(SIDANCE) 기술감독을 맡고 있다. stagelove@paran.com

http://webzine.gokams.or.kr/01_issue/01_01_veiw.asp?idx=883&page=1&c_idx=46&searchSt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