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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관 기념, 한국 미술 변천사 알려주는 미술자료 250여점 전시
‘르블랑 한국도자기 컬렉션 도록’, ‘한국미술사’ 등 역사적 가치 높아
▲ 조선아동화담(18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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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2년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 60년전’은 20세기 우리나라 근대미술을 발굴하고 정리한 역사적인 전시였다. 당시 세계명화 자료를 수집하던 고등학생은 전시회에서 국내 작가의 주옥같은 작품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이 학생은 입장권을 손에 쥐고 자신의 인생을 건 큰 결심을 하게 된다. 국내 미술아카이브(자료보관소)의 선구자 김달진(60) 관장은 전시장에 진열된 빛바랜 ‘한국현대미술 60년전’ 입장권을 가리키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자료 전문박물관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홍지동 사옥 이전을 기념해 그동안 축적된 미술자료에 대한 연구 성과와 역사적 가치가 높은 소장 자료를 선보이는 ‘아카이브 스토리: 김달진과 미술자료’ 전을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대 입구에 마련된 지하 1층 지상 3층 281.28㎡ 규모의 사옥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단행본‧화집‧정기간행물‧리플릿‧작품 등 주요 소장품 250여점이 소개된다. 김 관장이 그동안 수집한 미술자료만 해도 6만여점이 넘는다. ‘금요일의 사나이’라 불리는 김 관장은 매주 금요일 청계천 고서점과 인사동 화랑가, 경매장을 샅샅이 뒤졌다. 전시회 도록과 팸플릿, 초청장, 정기간행물, 신문기사, 보도자료 등 미술과 관계된 자료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구했다. 이를 통해 김 관장은 방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했고 이번 전시에서는 하이라이트를 선보인다.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Archive)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카이브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영구보존자료를 선별하고 이를 수집해 보관하는 ‘장소 혹은 기관’이라는 뜻과 이 기관에서 선별해 보관하는 ‘보존자료’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작가가 직접 쓴 일기, 창작노트와 이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 도록, 전시회 리플릿 등을 아카이브라 부르며 이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장소도 아카이브이다.
아카이브는 미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귀중한 자료이면서 일반 관람객에게도 작가와 미술작품을 보다 깊고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카이브는 2010년 이후로 국내 미술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 개인의 ‘편집증’으로 평가절하됐던 김 관장의 미술자료 수집도 인정을 받았고 평창동‧통의동‧창성동 등을 전전하던 그의 박물관도 비로소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한국미술 아카이브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카테고리로 나눠 정리했다”는 김 관장의 말처럼 전시장에 들어서면 20세기 전후 한국미술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미술자료를 볼 수 있다.
먼저 일제강점기 한국미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눈길을 끈다. 1918년 영국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동양 최초로 한국 도자기 전시회가 열렸는데 당시 발간된 ‘르블랑 한국도자기 컬렉션 도록’은 전시회의 규모와 상황을 알려준다. 역시 1929년 영국에서 발간된 ‘한국미술사’는 당시만 해도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조선미술’을 정리한 책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근대 한국 미술의 모습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미술단체인 서화협회의 협회보 창간호(1921년)와 종간호(1922년), 조선총독부 주최로 열린 조선미술전람회 3회 도록(1924년)과 5회 도록(1926년) 등도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국내 미술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준다.
아울러 1950년에 발행된 국제보도 22호와 1957년 발행된 국제보도 39호에는 해방 후 열린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전시출품작이 소개돼 있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전람회를 방문하는 모습 등을 소개해 당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상주의 화풍이 정착됨을 보여준 첫 원색 도판 ‘오지호·김주경 화집’(1938년), 1961년 창설된 앙가쥬망 동인회의 활동을 기록한 ‘앙가쥬망 활동일지’, 지난 2월 예술품 경매사이트 코베이에서 사들인 ‘예술연감’(1947년), 구한말 조선 아이들의 놀이와 풍속을 다룬 ‘조선아동화담’(1891년) 등도 만날 수 있다.
지하전시장에 마련된 김달진 아카이브에서는 미술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하기 위한 연구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김 관장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미술자료를 스크랩했던 색 바랜 노트를 비롯한 연구자료는 미술사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역사까지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계속되고 관람료는 무료이다.
▲ ‘중부전선에서’, 김중현(1950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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