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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과 미술관 설립이 감소세다. 2015년 한 해 동안 새로 개관한 박물관, 미술관, 화랑은 총 103개로 조사됐다. 하지만 2010년 144곳, 2011년 176곳, 2012년 182곳으로 증가하다 2013년부터 166곳, 2014년 119곳에서 줄어들었다.
김달진미술연구소가 2015년 한 해 동안 박물관, 미술관, 화랑 등 전시공간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다.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전체 44%에 해당하는 45곳이 서울 지역에 집중해 있고, 구 단위별로 살펴보면 종로구가 약 34%에 해당하는 16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구(7개), 중구(5개), 용산구(3개) 순으로 집계되었다. 여전히 종로구와 강남구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 2013,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종로구, 강남구 증가가 둔화됐다.
이는 기존 화랑촌 포화 및 임대료 상승과 이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된 것으로 보여진다. 뿐만 아니라 광진구, 강동구등에서 문을 여는 곳이 탄생하고 있다.
경기도(10), 전북(8), 부산(7), 전남(6), 강원, 경남, 광주, 인천(4) 순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살펴보면 11월에는 17곳으로 가장 많은 전시공간이 개관했고, 9월(13), 4월, 7월, 12월(10), 5월(8), 8월(7) 순으로 집계됐다.
공간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체 35%에 해당하는 36곳이 화랑으로 개관했다. 이어 박물관 31곳, 미술관 23곳, 이 외에도 복합문화공간(5), 아트센터(4), 기념관, 역사관(2), 예술회관(1), 창작센터(1)순으로 조사되었다.
대표적인 전시공간은 서울에 조각가 김세중과 시인 김남조 부부가 거주했던 자택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으로, 밀납인형박물관인 그레뱅뮤지엄, 인사동에 신축 개관한 갤러리밈, 국내 최대 석물전문박물관인 우리옛돌박물관, 대림문화재단이 또 하나의 디뮤지엄을, 지역에서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Ⅱ, 전남 강진에 한국민화뮤지엄,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경주솔거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등이 개관했다.
◇과거가 있는 건물, 보존하고 탈바꿈하여 재탄생
현재는 사용하지 않지만 한 지역과 인물의 역사를 함께한 장소를 보존하여 문화예술공간으로 재창조한 공간이 전국 곳곳에서 개관했다.
3월에는 전주시에서 달동네로 유명했던 자만마을에 60여 년된 전통한옥을 리모델링한 ‘한글미술관’, 9월에는 도봉구에 국내 대표적인 인권운동가 함석헌 선생이 타계 전 7년간 살았던 쌍문동 옛집이 리모델링과 증축공사를 거쳐 ‘함석헌기념관’, 10월에는 청주시 청원구에 1946년에 건립된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있던 곳을 ‘동부창고 34’가 탄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의 유휴공간 6곳을 선정해 ‘작은미술관’ 사업으로 경남 남해 보건진료소, 충남 계룡시 두계장터,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 경기 동두천의 두드림패션센터, 인천 동구 빈집, 경기 안산시 주민센터 분소를 선정 발표했다.
◇또 하나의 공간, 분관 개관
기존 공간을 더해 다양한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시키고 예술 저변을 넓히는데 이바지하기 위한 공간을 새로 개관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전남 강진군에 영월 조선민화박물관의 자매관인 ‘한국민화뮤지엄’이, 11월 압구정에 갤러리바톤에서 ‘챕터투’를 개관했다. 또한, 종로구 통의동의 대림미술관과 용산구 한남동의 프로젝트스페이스구슬모아당구장 등을 운영하고 있는 대림문화재단은 12월 용산구에 ‘디뮤지엄’을 새로 열었다.
◇기업 및 기관의 새로운 이미지와 문화예술 증진을 위한 공간
기업이나 기관에서 사회공헌의 목적으로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열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해 비영리로 운영하는 곳이 생겼다. 대웅제약은 3월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 ‘대웅아트스페이스’를, 10월 서울중부경찰서가 창설 70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그간 중부경찰의 발자취를 정리한 ‘서울중부경찰역사박물관’을, 12월 종로구에 교보문고가 ‘교보아트스페이스’를 개관했다.
◇재개관, 이전, 폐관 전시공간
이전한 화랑으로는 7월에는 갤러리제이제이가 마포구 합정동에서 강남구 논현동으로 11월 갤러리반디트라소가 종로구 부암동에서 강남구 도곡동으로, 헬로우뮤지움이 강남구 역삼동에서 성동구 금호동으로, 12월에는 조세박물관이 종로구 수송동에서 세종시로 이전했다.
운영하던 전시공간이 폐관하거나 잠정적으로 휴관하는 경우도 잇달았다. 1월에는 백자은갤러리가, 4월 경기도 남양주시에 희아아트갤러리가 무기한 장기휴관을 결정하였고, 11월에 갤러리두인이 2016년 7월까지 휴관할 예정이다. 7월에는 키스갤러리가 신사점을 폐관하고 이태원점만 운영하기로 하였으며, 6월에는 종로구 통의동에 스페이스15th가, 9월 강남구 청담동에 모아레갤러리가 폐관하였다. 광주에서는 5월 제희갤러리, 12월에 대동갤러리, 리채갤러리의 폐관이 보도되었다. 개관은 홍보를 통해서 알려지지만 폐관은 잘 드러나지 않아 파악이 어렵다.
◇미술관의 건립 논란
미술가 스스로 5월에 화가 권숙자 씨가 경기도 용인에 안젤리미술관, 7월에 화가 한희원 씨가 광주에 한희원미술관, 9월에 조각가 엄태정 씨가 경기도 화성에 그동안 사용해오던 작업공간 한 동을 미술관으로 설립허가를 받아 미술관으로 등록했다. 10월에 영상설치작가 이이남 씨가 전남 담양에 이이남아트센터를 개관했다. 한 미술가를 위한 공간으로는 4월에 부산시립미술관이 별관을 신축하여 이우환공간으로, 12월에 강원도 춘천에 옥생산업체인 대일광업이 권진규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러나 7월 개관한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은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고 이성자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는 조건으로 미술관 설립을 약속하고 몇 년을 끌어오다 유족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건립 추진하여 약정서 위반을 제기했다. 공원관리사무소를 개조한 건물의 부적합성, 관장·학예사도 없는 졸속 개관을 문제삼았다.
미술관 명칭에 특정인 이름 및 기업 브랜드 등을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세금으로 건립하고 운영되는 공공미술관에 특정인의 이름 등을 사용한다며 지역 문화계 및 시민단체 등이 반발 또한 급등했다. 8월 개관한 경주솔거미술관은 원래 작품과 화구 830점을 기증한 화가 박대성미술관으로 추진되었으나 특정인의 이름을 붙는 것을 지역미술인들의 반발에 부딪쳐 개관을 미루다 결국 신라시대 솔거 이름을 붙였다.
10월 수원화성행궁 옆 부지에 개관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역시 이름 때문에 갈등을 빚었다. 수원시는 현대산업개발이 3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미술관을 기부하기로 하자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미술관 이름에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있었다. 이외에도 경북 안동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도 하종현 씨가 작품 300점을 기증하여 안동댐 인근에 ‘안동시립하종현미술관’을 짓기로 방침을 정하자 안동미술협회의 반발이 있었다.
지자체가 문화관광 브랜드 가치를 위해 미술관 설립이 이어지는데 특정작가의 미술관을 짓고 운영하는데 세금을 쓰는 게 바람직한지, 제대로 운영할 직제와 예산이 확보되는지, 여러 문제점을 남기고 있다.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경주솔거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법적인 소장품 숫자도 확보 없이)은 관장도 없이 개관했다. 미술관의 건물보다도 소장품, 전문인력이 중요한 시대에 돌입하였으며 철저히 점검하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2015.12.28. 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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