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여름경매서 낙찰…김환기 작품 1∼4위 '싹쓸이'
대동여지도 유찰…주역참동계는 1억7천500만원에 낙찰

작품 속 점획 패턴은 이전 경매작들과 달리 사선으로 흐른다. 김환기의 작품을 보면 평면적으로 이뤄지던 점획 패턴이 1971년을 기점으로 사선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인다고 K옥션은 설명했다.

빽빽하게 밀집된 점 획 속에 방향을 달리하는 면의 분할은 단조로운 화면에 긴장과 생기를 부여한다. 또 짙고 옅은 농담 표현이 뛰어나 김환기 작품 가운데서도 수작으로 손꼽힌다. K옥션이 경매 전 제시한 이 작품의 추정가는 45억~60억원이었다.

경매는 낮은 추정가 수준인 45억원에 시작됐으며 서면과 전화, 현장 응찰자의 경합 속에 경매가가 단숨에 50억원을 넘겼다.

경매가가 기존 국내 최고가 기록을 넘어서자 경매장 안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전화 응찰자와 현장 응찰자의 막판 경합 끝에 현장 응찰자에게 최종 낙찰되자 경매장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이로써 국내외 경매에서 거래된 한국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 1~4위를 모두 김환기가 차지했다. 네 작품 모두 대형 사이즈의 전면점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환기의 작품 중 이 정도 크기의 대작은 30여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위는 1971년작 '19-Ⅶ-71 #209'(47억2천100만원), 4위는 1971년 작 '무제 3-V-71 #203'(45억6천240만원)이다.

5위는 박수근의 '빨래터'(45억2천만원), 6위는 이중섭의 '황소'(35억6천만원)가 각각 차지하고 있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은 '김환기는 한국 현대 미술의 국제적인 지평을 넓혔는가 하면 해외의 추상미술을 자기 나름대로 소화해 한국의 고유적인 정서를 담아냈다'며 '미술사적 의미와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맞물리며 작품 값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겸 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은 '김환기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추상화가이자 요즘 유행하는 단색화가들의 스승'이라며 '김환기의 작품을 소장하고자 하는 수요층이 두텁고 미술시장에서의 평가도 안정적이어서 앞으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김환기의 작품과 함께 경매에 나와 관심을 끈 고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22억원에 출품됐으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이 대동여지도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동여지도와 달리 군현별로 다른 색이 칠해진 채색 지도다. 채색된 대동여지도는 미국 밀워키대학과 하버드 엔칭도서관 소장본을 포함해 총 3점 만 남아있다. 채색을 위해서는 지리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김정호가 직접 채색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보물 지정 한 달 만에 경매에 나와 논란이 된 '주역참동계'는 낮은 추정가(1억8천만원)를 밑도는 1억7천500만원에 낙찰됐다.

주역참동계는 1441년 초주갑인자(1434년 갑인년에 만들어진 활자)로 찍은 유일본이자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조선시대 초기의 도가사상과 장례풍속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특히 구텐베르크가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로 42행 성서를 찍어내기 전 금속활자로 간행한 책이라는 점에서 학술가치가 크다.

이날 경매에 나온 박수근의 '시장'은 추정가(5억~8억원)보다 낮은 4억2천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김경의 '무제'가 현장 응찰자 사이의 치열한 경쟁 끝에 높은 추정가(2천만원)의 2배에 이르는 4천100만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고미술 가운데선 책가도 10폭 병풍이 추정가(2천500만원~5천만원)를 훌쩍 뛰어넘는 1억500만원에 낙찰돼 관심을 모았다.

- 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