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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걸어온 길-화가와 아카이브’전 내년 4월말까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직접 쓴 편지·이력서·졸업장·전람회목록 아카이브 자료 400점·작품 4점 소개 작품뒤 가려진 작가의 인간적 삶 조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진품으로 판단한다”, “(한국 검찰의 발표는) 과학을 무시한 처사다. 작품은 명백히 위작이다”…
1991년이후 25년간 위작논란으로 시끄러웠던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놓고 검찰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유족측이 의뢰한 프랑스 감정회사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위작임이 확실하다고 한국 검찰의 발표를 정면 반박했다. 더구나 유족 측이 추가적 접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감정 결과를 놓고 벌이는 진위 논란은 이제 국제적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진실공방은 흥지미진진하나 동시에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에겐 상당한 피로감을 준다. 그래서 요즘같은 ‘팩트실종의 시대’, 자료 아카이빙 전시가 더 반갑다. 자료 아카이빙은 사실 증명의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당시 분위기와 이면을 엿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작가들이 지인들과 주고 받았던 편지와 우편엽서에서, 그들의 인간적 고민을 살펴볼 수 있는건 전시가 주는 또 다른 재미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작가가 걸어온 길-화가와 아카이브’전을 20일부터 내년 4월 29일까지 연다. 전시에는 박물관 수집자료와 함께 기증받은 아카이브자료 400여점과 작품 4점이 소개된다. 전시에서는 대표적 한국작가로 꼽히는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의 ‘서러웠던’ 시절도 만날 수 있다. 이우환은 1968년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동경한국전)’에 참가했다 많은 한국작가들로부터 비난을 들었다. 그는 당시의 심경을 선배화가이자, ‘제5회 IAA 동경총회’ 한국 대표였던 이세득 선생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 토로했다.
“(중략) ‘동경한국전’ 때는 저 때문에 선생님이 많은 욕을 먹었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얘기를 일체 안 해서 그렇지 실은 저를 앞에 두고 직접 호령하는 선배도 있었고 욕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는 그런 그림 집어치우라고 근대미술관 모 씨에게 청원을 올린 작자도 있었다는 것은 오히려 서글프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는 아직 남 앞에 자랑할 만한 작품은 없습니다마는 그렇다고 남도 아닌 자기나라 선배들에게 기막히는 모욕을 당할 줄이야 정말 몰랐습니다. 저 때문에 선생님이 어떠한 곤궁에 빠져 있으리라는 것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속상했던 감정을 털어놓은 그는 자신을 비난했던 상대에 화살을 돌리는 대신 “다만 제가 선생님께 그 애로를 덜게 할 수 있는 길은 앞으로 더 한층 배워서 그네들에게 떳떳이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을 내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작품 의지를 다졌다. 이밖에도 서양화가 류경채가 자신의 경력과 화력을 소상히 기재한 친필 이력서, 김정 화백이 1988년 1월 2일에 만난 장욱진 화백을 스케치한 작품, 김종하 화백의 동경제국미술대 졸업장, 1956년 국전모임 회의후 식당에서 찍은 기념사진 등도 관람객 앞에 선다. 전시를 기획한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은 “창작하는 사람과 아카이빙하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수집한 아카이브를 통해 작가가 살아왔던 환경과 그 속에서 비롯된 삶을 살펴보고자 했다”며 “화가도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존재들로서 친근감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와 연계한 강연 및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문화가 있는 날’인 내년 1월 25일에는 40년 동안 미술자료를 수집해온 김달진 관장이 직접 ‘나의 미술 아카이브 수집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 어린이 체험프로그램인 ‘나는 아키비스트’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수집ㆍ분석ㆍ조사ㆍ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해본다. 체험프로그램은 내년 1월 17일, 19일, 24일 모두 3차례 진행한다. 홈페이지에서 신청가능하며 참가비는 무료다.
-서울신문 이한빛 기자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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