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의 새 수장으로 윤범모(68) 동국대 석좌교수가 임명된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는 31일 윤범모 교수가 신임 관장으로 최종 확정됐으며, 2월 1일 임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사상 최초의 외국인 수장이었던 바르토메우 마리 전 관장은 지난해 12월 13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해 관장 자리는 한달 넘게 공백 상태였다.
신임 관장에 윤범모 교수 선임
민중미술 계열, 기대·우려 엇갈려
국내 마당발, 해외 네트워크 약해
“학예직 전문성 높여야” 한목소리
윤 신임 관장은 근대미술 전문가이자 민중미술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평론가·기획자다. 1979년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계간미술’(월간미술 전신) 기자로 일했고, 1980년대 현실참여미술인 동인인 ‘현실과 발언’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이밖에 가천대 교수와 경주엑스포 전시총감독,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윤 신임 관장을 바라보는 미술계의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우선 민중미술 쪽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수장이 나왔다는 사실에 “역시나…”라는 반응이 많았다. 정권이 변할 때마다 관장이 바뀌어온 과거에 비추어볼 때, 이번에 민중미술 분야에서 새 관장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대감을 보이는 입장도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존 서울관·과천관·덕수궁관과 지난해 12월 문을 연 청주관(수장보존센터) 등 4개 미술관을 거느리고 있다. 한 해 예산은 632억원으로 관장의 임기는 3년이다.
윤 신임 관장은 조직을 이끈 경력은 없다. 근대와 민중미술 분야에 밝지만, 현대미술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는 우려가 있다. 또 국내에서는 ‘마당발’로 불릴 만큼 인맥이 탄탄하지만, 특히 국제무대에서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윤 신임 관장에 대해 “전형적인 학자이며 온건한 분”이라며 “민중 미술권을 대변하는 평론가로 한평생을 살았다”고 전했다. 우 대표는 “이제 민중미술은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신임 관장이 이 분야의 많은 작가가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표했다.
문제는 신임 관장이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큰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은 국제적 교차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잡고, 국제적 담론을 발전시키려면 이를 통솔하는 관장의 안목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 관장을 뽑는 인사 방식부터 문제가 많아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은 “신임 관장은 무엇보다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이젠 큐레이터도 분야별 전문가를 채용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학예실 강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박경미 PKM 갤러리 대표는 “가장 시급한 것이 학예연구팀의 역량 강화”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립현대미술관은 다양한 한국 작가들에게 국제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고, 현대미술 수집기관으로서도 역할이 크다”며 “신임 관장이 엄정한 안목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도 “미술관에서 학예실은 인간의 심장처럼 중요한 조직이다. 연구·전시 기획· 교육 기능을 위해선 학예실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은주 기자
중앙일보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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