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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한국독일미술교류사 : 어두운 밤과 차가운 바람을 가르다》展… ‘박래경 국현 前 학예실장’을 시작으로 돌아봐

서울문화투데이

《외국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 후속 전시, 10.28~23.1.27
박 학예관 아카이브 및 독일 배경 작가 배운성‧백남준 등 소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박래경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1950년대 독일유학 시절 아카이브를 토대로 한국과 독일 간 100여 년의 미술 교류를 조명하는 전시가 개최된다.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 : 테이프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 백남준, 오브제, 퍼포먼스, 50×36×3cm,1958-1962, 백남준아트센터 소장(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하 박물관)은 오는 10월 28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한국독일미술교류사 : 어두운 밤과 차가운 바람을 가르다》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내년 2023년 한국독일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전시다. 또한. 이번 전시는 외국연구자 16명의 시선으로 한국미술을 조망했던 박물관의 지난 2020년 전시 《외국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 후속으로 기획됐다.



▲『Geschichte der Koreanischen Kunst』
(한국미술사), 안드레아스 에카르트,Karl W. Hiersemann, Leipzig, 독일, 22×16cm, 225쪽 (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전시에서는 국내에서 1980년대 독일 현대미술전을 기획했던 박래경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아카이브와 배운성(1901-1978), 백남준(1932-2006), 안규철(1955-) 그리고 뮌(1972-)과 같이 독일을 배경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한국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더불어 한국미술사를 통사(通史)로 최초로 기술한 독일의 한국학자 안드레아스 에카르트(Andreas Eckardt, 1884-1974)의 『Geschichte der koreanischen Kunst』(한국미술사, 1929) 및 한국과 독일에서 개최됐던 미술 전시자료가 함께 전시돼 폭 넓은 시각을 선보인다.

1986년부터 1996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으로 활동한 박래경은 국내에 독일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연구자였다. 재직 중에 《독일현대조각전》(1987)과 독일 신표현주의 미술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독일현대회화전》(1989)을 기획했고, 《독일바우하우스》(1989)와 《테크놀로지의 예술적 전환》(1991)에 관여하며 전문적으로 독일미술을 국내에 소개했다. 박 전 학예사의 독일 유학시절 주임 교수는 당시 당대 지성 중 한 명이던 미술사학자 한스 제들마이어(Hans Sedlmayr, 1896-1984)였다. 박 전 학예사는 이후 스승의 책 『중심의 상실』(1948)을 2002년 역서로 발간한 바 있다.

전시는 학술적 교류의 장 뿐 아니라, 독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완성해나간 작가들도 소개한다. 배운성은 한국인 최초 독일 미술유학생으로 1923년 레겐스부르크미술학교에 입학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이번 전시에선 한국 풍속을 소재로 서양미술의 구도와 화법으로 그려진 <모자를 쓴 자화상>(1930년대)이 출품된다. 베를린의 어느 카바레를 배경으로 박수 무당 복장을 한 배운성의 자화상은 당시 유럽에서 보기 드문 동양인 화가로서 성공하여 명성을 얻게 된 작가의 높은 자의식을 보여준다.

백남준은 1957년에 뮌헨대학교와 쾰른대학교 등에서 서양의 건축, 음악사, 철학 등을 공부하고 1958년 프라이부르크 고등음악원으로 전학하며 독일 내에서 수학을 이어나갔다. 1958년 백남준은 존 케이지를 만나 그로부터 깊은 영감을 얻게 된다. 풀품작 <존 케이지에게 보내는 경의 : 테이프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1958-1962)은 1959년 독일 뒤셀도르프 갤러리22에서 선보인 그의 첫 퍼포먼스인 동시에, 이때의 소리 콜라주를 녹음한 릴 테이프 오브제 작품이다.

퍼포먼스에서 백남준은 피아노를 연주하고, 넘어뜨리고, 라디오와 녹음기로 비명과 뉴스 소리를 내보내고, 유리병을 깨뜨리는 등 과격한 행위를 한다. 백남준은 이를 “무음악” 공연이라고 칭하는데, 이는 자신의 퍼포먼스를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무성조” 음악, 존 케이지의 “무작곡” 음악의 계보 위에 둔 것이다.

이외에 1970년대, 1980년 대의 한국 사회와 민주화의 격동 속에서 끊임없이 작품을 창작하고 교류를 이어온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될 예정이다. 안규철과 뮌의 작품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2000년대부터는 한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독일 작가들도 나타났는데, 전시는 이러한 경향도 담아서 아카이브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자를 쓴 자화상> 배운성, 캔버스에 유채, 54×45cm, 1930년대, 개인 소장 (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전시 기간 11월 중 매주 목요일에는 전시 연계 세미나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일 뒤셀도르프 Bloom 운영자인 변지수가 11월 3일 “2010년 이후의 한국과 독일 미술교류 전시 사례”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한국에서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올리버 그림(Oliver Griem), 잉고 바움가르텐(Ingo Baumgarten)이 11월 10일 “한국에서의 경험과 자신의 작품세계” 주제의 세미나를 연다. 11월 17일에는 작가 안규철과 샌정이 “독일에서의 경험과 자신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마지막 세미나인 11월 24일에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학예사 김정현이 “사업의 성과와 한계, 향후 계획”을 주제의 발표로 세미나를 마무리 한다. 참여 신청은 박물관 누리집(daljinmuseum.com)에서 가능하다.



▲「제2의 조국 한국이여 빛나라!」 옥낙안
(안드레아스 에카르트) 『신태양』 제69호, 21×15cm, 76-81쪽, 1958년 7월 (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김달진 관장은 “1990년대 이후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기술 발전으로 우리 삶의 아주 작은 영역까지 세계화된 것도 30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러한 오늘날의 상황에서 새로운 한국미술사 서술 방향을 과거의 기록과 작품, 자료를 통해 고민하며 ‘교류’라는 용어 안에 담긴 ‘다양성’과 ‘타자성’에 집중하여 기획한 사업”이라고 전시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지완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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