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김달진미술연구소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구소언론보도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외국대사들까지 찾아온다…남다른 GIAF

편집부


외국대사들까지 찾아온다…남다른 GIAF 


지방 국제미술제 성공 조건


아름다운 배흘림기둥이 돋보이는 고려시대 목조 관문 ‘임영관 삼문’. 천년을 이어온 관청인 강릉대도호부 관아 내부에 있는 국보 문화유산이다. 이 관문 앞이 지난 14일 취재진과 주한 외국 대사들, 미술계 인사들로 북적였다. 올해로 제3회를 맞은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 이하 지아프)의 개막식을 맞아서다.


이날 대표적인 행위예술 작가 중 한 명인 홍이현숙이 “원래 손도 대기 어려운데 오늘 딱 한 번만 열어주기로 한” 국보 삼문을 기자들과 함께 통과하며 땅을 밟는 퍼포먼스를 했다. 삼문 안에 있는 중대청 건물에는 작가의 또 다른 퍼포먼스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그 뒤에 위치한 전대청 건물에선 아르메니아계 시리아인으로서 런던에서 활동하는 흐라이르 사르키시안 작가가 아르메니아 대학살과 시리아 내전을 차례로 겪는 가족의 슬픈 역사를 담은 영상작품을 직접 설명했다. 한편 관아 마당에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작가의 다양한 유기견을 묘사한 채색 목조각 370여 점이 설치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강릉의 유서 깊은 장소와 현대미술의 만남은 강릉대도호부 관아, 강릉역 등 유명 장소뿐만 아니라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옛 함외과의원, 옥천동 웨어하우스 등으로 펼쳐진다. 1942년 설립된 강릉 최초의 병원 중 하나였으며 실내 목조 디테일이 아름다운 함외과의원에서는 강원도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 작가 키와림 등 세 팀이 작품을 전시한다. 웨어하우스에서는 세계적인 작가 정연두가 신작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1~2회 지아프와 겹치는 장소는 옥천동 웨어하우스와 유명한 싱가포르 미술가 호추니엔의 단편영화들이 상영되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두 곳뿐이다. 3회째 감독을 맡고 있는 박소희 큐레이터는 “예향 강릉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깃든 장소들이 미처 발견되지 않거나 버려진 채로 있는 경우가 많아 그들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은 호수와 해변 같은 자연 풍광으로 유명하지만, 예로부터 신사임당·이율곡·허난설헌·허교산(허균) 등을 낳은 문향이며 강릉단오제를 보유한 예향이기도 하다.


지아프는 이렇게 강릉의 지역적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 제1회 때 홍승혜, 제2회 때 티노 세갈 등 국내외 영향력 있는 작가들을 초청해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고자 노력해왔다. 3회 동안 규모는 특별히 커지지 않았지만 미술제를 찾는 손님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특히 이번에 지아프를 찾은 대사들은 주최측에서 초대한 것이 아니라 대사들의 문화 모임에서 먼저 방문을 요청한 것이라고 박 감독은 설명했다.


‘비엔날레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역 국제미술제가 많은 한국에서 지아프는 거의 유일하게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강릉 기반의 기업 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는 미술제이기 때문에 그 안착을 특히 주목할 만하다. 피부노화 개선 시술에 쓰이는 의료기기 제품 리쥬란으로 유명한 바이오제약사 ㈜파마리서치가 그 기업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김달진 관장은 “관(官)이 아닌 민(民)에서 출발해 자리를 잡아가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대부분의 미술제는 지방정부 소관으로 예산 배정에 따라 출렁거리는 경우가 많다”며 “1995년(광주비엔날레 탄생)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비엔날레가 난립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주최 미술제의 취약한 상황을 드러내며 강원도의 또다른 미술제인 강원트리엔날레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강원트리엔날레는 2013년 평창비엔날레로 시작됐는데,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문화행사라는 비난을 받았고 2018년 올림픽 후에는 정체성과 존속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한동안 3년 주기의 트리엔날레로 바뀌어 존속해 왔으나 강원도가 지난 12월 올해 예산을 미편성하면서 운영실이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한편 2022년 열린 통영국제트리에날레는 불과 1회만에 폐지되었다.


김달진 관장은 지난해에만 7개의 국내 비엔날레를 방문했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제주비엔날레, 강원트리엔날레,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한국 미술 아카이브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 관장은 미술 현장을 일일이 답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도 미처 방문하지 못한 비엔날레가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고 했다.


원래는 ‘격년으로 열린다’라는 뜻의 ‘비엔날레’가 미술제의 대명사처럼 된 것은 비엔날레의 기원이자 대표인 베니스비엔날레가 1895년 탄생해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만국박람회를 모델로 해서 아트페어까지 겸하던 베니스비엔날레는 1968년에 작품 판매를 중단하고 선도적인 예술 담론에 집중하는 미술제로 거듭났다. 뒤를 이은 주요 비엔날레도 이런 경향을 따라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무 미술 행사에나 비엔날레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다가, 그들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갖춘 비엔날레 수도 너무 많다”고 김달진 관장은 평했다.


김 관장은 난립의 문제점으로 먼저 차별화 실패를 들었다. “대구는 사진비엔날레, 경기도는 도자비엔날레, 이런 식으로 출발은 하는데 몇 년 흐르면 모두 그 정체성이 애매모호해집니다. 대표적인 예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보면, ‘수묵화의 대중화·세계화’를 전제로 시작했는데 다음 회부터는 금속공예 작품까지 끌어들이면서 여타 현대미술 비엔날레와 다를 바가 없어졌습니다. 여기에 쓴소리를 하니 ‘현대미술로서의 수묵의 확장’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런 식이면 정체성이 흐트러지고 차별화도 안 되고,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는 겁니다. 여기만 그런 것도 아니고요.”


비엔날레 난립으로 전시 퀄리티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평론가는 “대규모 국제미술전을 기획할 역량 있는 큐레이터는 한정돼 있는데, 그러한 전시를 표방하는 비엔날레는 지나치게 많고 매회 예술감독도 새롭게 선정해야 하니 전시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미술제를 표방하니 간판 격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가 몇 명을 초청하는 한편, 지역 미술가 참여를 늘리는 추세에 따라 역량이 안 되는 미술가들까지 포함시키니 전시마다 작품 퀄리티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와 울산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감독을 두 차례 한 경험이 있는 지아프의 박소희 감독은 “미술제를 위해 조직된 외부 큐레이터팀과 지방자치단체 문화재단이 함께 일하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유명 지역 미술제의 경우에는 지역이 예산만 제공하고 기획에는 간섭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박 감독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래도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에는 관의 도움이 컸습니다. 옛 함외과의원도 강릉시 재생과가 구입한 건물인데 저의 제안과 기획안을 받고 흔쾌히 빌려준 것이고요. 또 다른 장소인 ‘작은 공연장 단’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애를 먹긴 했지만 무료로 빌려 주셔서 작가 공연에 더 힘을 보탤 수 있었습니다. 강릉대도호부의 경우는 강릉시청 유산과가 국가유산청 설득에 도움이 됐습니다. 단오제처럼 강릉은 민관합작이 비교적 잘 되는 도시라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역 미술제의 성공은 관과 민의 역할 분담과 유연한 합작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다. 비엔날레 난립 시대 각 지자체 관계자들이 귀기울일 만한 대목이다.


“민간이 주최한 GIAF, 일관성 있는 전시 콘셉트 유지”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을 3회째 성공적으로 이끌며 안착시킨 박소희(사진) 감독과 만났다. 현재 파마리서치문화재단 총괄이사인 박 감독은 2020 창원조각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2020·2021 울산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감독 등을 역임하면서 관(官)과 민(民) 주최 국제미술제를 두루 경험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민간기업에서 하는 국제미술전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A. “가장 큰 장점은 일관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 주최 비엔날레의 경우 외부 큐레이터 팀은 매회 바뀌고 관에 속한 문화재단 소속 공무원들도 보직 변경이 잦기 때문에 전시 노하우가 제대로 기록·축적되지 못한다. 또한 큐레이터 선발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정작 전시 준비 기간은 6개월에 그치곤 한다. 민간기업 재단은 그 점에서 유리하다. 게다가 파마리서치의 모토 자체가 ‘재생’이다보니 도시의 숨은 이야기와 공간들을 되살리는 전시 콘셉트와 결이 일치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에 가장 큰 어려움은 시(市)나 국가유산청이 소유한 공간들을 섭외할 때다. 지자체 주최 행사면 서류 한 장으로 해결될 것이 훨씬 많은 공정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민간기업으로서 공공 공간을 오래 점유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달 이상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Q. 국보를 품은 천년 관청 강릉대도호부가 제3회에서야 전시 장소가 된 것은 그만큼 섭외가 어려웠던 것인가?

A. “그렇지는 않다. 2022년 제1회 주제는 ‘강릉 연구’로서, 강릉의 몰랐던 이야기들과 그에 얽힌 공간들을 다루는 것이 핵심이었다. 강릉에 오면 바로 해변과 경포호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도시 안쪽의 다른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서부시장과 같은 공간들을 섭외했다. 2023년 제2회 ‘서유록’에서는 20세기 초 대관령을 넘나든 강릉 김씨 부인의 여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와 관련된 공간들은 전시 장소로 삼았다. 올해 ‘에시자, 오시자(강릉단오굿에서 악사들이 사용하는 구음)’는 ‘강릉 이야기’ 3부작의 대단원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강릉대도호부가 전시 장소로 반드시 필요했다. 2027년 열리는 제4회부터는 2028년 완공 예정인 재단 복합문화예술공간(조병수 건축가 설계)을 거점으로 도시의 여러 지점을 연결하는 형태일 것이다.”



강릉=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중앙선데이 2025.03.22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2522


전체 0 페이지 0

  • 데이타가 없습니다.
[1]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