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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한민국 : 변화된 미래를 위한 오래된 전통

  • 청구기호911/심15ㅎ
  • 저자명심광현 지음
  • 출판사현실문화연구
  • 출판년도2005년
  • ISBN8987057860
  • 가격14800원

상세정보

전통문화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국의 자연과 예술, 생활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는 많았다. 하지만 ‘소박’ ‘질박’한 아름다움이나 ‘자연스러운 미’라는 뭔가 헐렁한 답변이 있었을 뿐이었다. ‘신명’이나 ‘풍류’라는 좀 더 진전된 답변도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소박하고 질박한 아름다움이라든가 신명 나는 풍류라고 하면 미개하거나 세련되지 못한 민중적 놀이문화의 난장 한판 정도로 치부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의 자연과 전통문화가 서구는 물론 중국이나 일본보다 뒤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동안 우리 전통문화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해온 서구의 근대미학이라는 잣대로 보면 우리 건축과 정원은 비례가 잘 맞지 않고,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이라 매우 초라하다. 산들은 수직으로 거대하게 솟아오르지도 않고, 나무들 역시 수평으로 광활한 숲을 이루지도 못한 채 비스듬하게 주름 잡혀 있고 울퉁불퉁해 쓸모없어 보인다. 그림 역시 황금분할과는 거리가 멀고, 그리다 만 듯 촌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자연경관과 정원, 건축, 미술, 음악, 연행예술은 다른 관점에서 전혀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우리의 자연과 전통문화, 생활문화는 20세기 비서구 지역에 널리 전파된 근대과학의 관점으로 보면 개발가치가 적고, 비과학적인 미개문화처럼 비쳐질 것이다. 그러나 탈근대과학의 관점으로 다시 보면 풍부한 미감과 고도의 생태가치를 지닌 세련된 문화임이 밝혀진다. 전통문화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는 한국적인 미학은 무엇인가?
조선시대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우리 문화와 예술, 우리 자연경관은 다른 나라의 것과 분명한 차이가 난다. 흔히 같은 동북아시아문화권으로 분류되는 중국이나 일본과도 매우 다르다. 이런 특성은 우리 문화만의 독특한 형태의 흥과 한의 미학, 그중에서도 ‘역동적인 흥의 미학’으로 구현되어 있다.

흥의 미학은 자연과 예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통음식과 전통건축, 정원의 조성과 복식, 기공과 한의학 등을 망라한 생활문화 차원에서도 흥의 미학은 일관되게 관철되어 왔다.

그러나 고도의 생태가치와 풍부한 미감을 지닌 우리의 전통문화는 19세기 말 강제 개항 이래로 계속 파괴되거나 폄하되어 이제는 생활 속에서 거의 사라졌다. 국토 여기저기에도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며, 날이 갈수록 그 흔적마저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흔적마저 급속하게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문화와의 단절을 극복하고 현대문화를 재창조하는 과제는 현재에 몸담고 있는 우리로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전통문화와의 단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환경ㆍ공동체ㆍ주체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풍부한 사례를 들어가면서 우리의 ‘흥의 미학’이 위기의 지구화 시대에 새로운 민주적 생태문화를 재창조하는 길잡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흥한민국》에서 저자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관통해온 흥의 미학이 동양과 서양 양쪽의 전통과 현대에서 있어 온 바람직한 사상적, 문화적 원리 및 과학기술의 성과를 접목시키고 있다. 그 원리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프랙탈’이다. 그래서 프랙탈 흥의 미학으로 우리의 자연경관과 정원, 건축, 미술, 음악, 연행예술은 다시 보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재발굴할 가치가 풍부하게 내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흥의 미학과 새로운 문예부흥
우리 사회는 2002년 월드컵과 대통령선거를 전후로 매우 새로운 문화경험을 했다. 월드컵 4강 진출을 계기로 급부상한 붉은악마, 청소년과 여성들의 자발적인 거리응원 등이 만들어낸 새로운 광장문화,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촛불시위, 그리고 동아시아를 강타한 한류열풍, 휴대전화와 인터넷 가입률 세계1위라는 신기록 등이 그것이다. 언뜻 보기에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는 이런 경험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문화해석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서 우리 사회 내에서 뭔가 새롭게 생성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흥한민국》에서 저자는 그 힘이 지금은 파괴되어버린 전통문화의 원동력이었고, 우리의 자연과 생활문화 속에 침잠되어 있는 프랙탈 흥의 미학이라고 본다.

근대화 이전에 풍부하게 발현되고 체화되었다가 근대화 과정에서 소멸한 우리의 흥의 미학은 21세기에 들어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저자는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이 문화적 활력을 세계사적인 문화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원동력으로 활용해야 하며, 그것을 이끌어갈 우리나라에 새 이름을 붙여보고 있다.
‘興한민국!’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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