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시커 50) 사진가
- 청구기호660.99/바85ㅅ
- 저자명빌프리트 바츠 지음 ; 최은아 옮김
- 출판사해냄
- 원서명50 Klassiker photographen
- 출판년도2005년
- ISBN8973374516
- 가격23000원
왜 인간은 순간을 영원으로, 과거를 현재로 고정시키려고 노력하는가? 추억이나 기록이라는 목적 하에 이 순간에도 무수한 카메라 셔터가 눌려지고 있다. 무형에 불과했던 기억을 유형의 사진 한 장에 새겨넣은 지 200년도 지나지 않아, 사진은 물론 온갖 이미지가 우리 삶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문학, 음악, 미술, 역사, 각 분야별로 꼭 알아야 할 핵심 교양만을 엄선한 <해냄 클라시커 50 시리즈>의 21번째 책인 『사진가』에는, 수공업에서 시작해 당당히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사진의 탄생부터 그 발전 과정을 함께한 사진가들의 업적 및 생애가 총망라되어 사진술의 발달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1839년에 최초로 공식적인 사진전시회가 열린 이후, 160여 년 동안 역동적으로 변화해 온 사진의 역사가 담은 이 책은, 빛의 흔적을 포착하고 그것을 고정하는 수작업을 마다하지 않던 사진의 개척자들을 시작으로, 현실을 고발하고 세계 전쟁의 참상을 세상에 알린 기록의 기능을 넘어, 회화에서 분리되어 예술의 영역에서 활동한 사진가들의 이야기까지 두루 포괄한 책으로서, 200여 컷의 원판 사진이 사진관련 정보 및 사진가 평가와 함께 정리되어 있다.
초창기 사진은 수공업으로 간주되었고, 오늘날 대표적 사진가로 불리는 작가들조차 당시에는 스스로를 수공업자라고 생각했다. 초상화가의 구역에서 어슬렁거리며 초상사진에 주력했을 때의 이야기다. 사진 역시 현실을 고정하기 위한 이상적인 수단으로만 간주되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고유한 사진현실이 창조된 이래로 급속도로 예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사진이 발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프랑스의 역사화가 폴 들라로슈가 “오늘부터 회화는 죽었다”라고 소리친 지 2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사진은 일상생활 전반을 차지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은 매체의 발명과 더불어 시대 전반의 변화를 가져왔다. 19세기에는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눈부신 햇빛에 15분 내지 20분 동안이나 은판을 노광시켜야만 했지만, 스냅사진이 발달하면서 노광시간은 점점 더 짧아졌고, 이제는 사진의 매체적인 속성을 ‘순간’과 동일시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점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동작사진(이드위어드 머리브리지), 예술사진(외젠 아제), 기록사진(자크 앙리 라르티그), 상업사진(에드워드 스타이컨) 등이 모두 19세기에 처음 시작되어 20세기에는 좀더 다듬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희미한 물체의 흔적을 고정할 수 있었던, 초기 다게레오 타입의 발명가인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부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회화로부터 사진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최초의 미국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시청 앞에서의 키스>로 파리를 낭만의 도시로 만든 로베르 드와노,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도구로 카메라를 활용했던 신디 셔먼, 성적 상상력을 과감한 신체 노출로 형상화한 노부요시 아라키까지 다종다양한 사진가들이 등장한다.
사진을 만들고 다듬었던, 영역을 확대해 실용에서 예술로 승화시켰던 이들의 노력과 증거가 담긴 이 책은, 이미지 생산의 발전이 가져온 인류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