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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미학 : 서양미술에 나타난 에로티시즘

  • 청구기호601/미65ㅅ
  • 저자명미와 쿄코, 진중권 [공]지음
  • 출판사세종서적
  • 출판년도2005년
  • ISBN8984071781
  • 가격15000원

상세정보

에로틱해 보이는 것, 에로틱한 것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은 에로틱하지 않다. 플라톤의 말대로 ‘아름다워 보이는 것과 아름다운 것은 다르듯이’ 에로틱해 보이는 것과 에로틱한 것 역시 엄연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외설과 예술 사이의 혼란이 시작된다. 게다가 이 경계선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수정· 변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성적 표현이 유례없이 과감해진 현대에는 그 혼란의 정도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금지된 것, 감추어진 것이 있어야 욕망이 생기고, 금지가 풀리면 그 욕망도 강도를 잃는다는 것이다. 감추어진 성, 상징하는 성, 한번쯤 뜸을 들이고 음미할 줄 아는 여유…. 바로 여기에 에로틱 예술이 포르노그래피보다 훨씬 야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에로틱 예술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기도 하다.
진중권과 그의 아내 미와 교코(三輪今日子)가 함께 펴낸『성의 미학』은 애매한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천의 얼굴로 변신을 거듭하는 ‘성’ 개념을 서양미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미학적으로 읽어낸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성 관념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이것이 예술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출되었는지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천 가지 사랑
『성의 미학』은 ‘에로티시즘’의 의식적· 무의식적 상징들이 드러난 서양미술 작품들을 ‘몸, 쾌락, 남녀, n개의 성’이라는 네 개의 카테고리로 묶어 미학적으로 읽어낸다. 그런데 미학은 ‘무엇’보다는 ‘어떻게’를 문제삼는 학문이며, ‘어떻게’에는 개성이 반영된다. 때문에 똑같은 주제 또는 똑같은 제재를 다루더라도 작가마다 혹은 시대마다 그 표현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본질적으로 다중적인 빛깔을 가진 ‘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야 오죽하겠는가.
남성이 기득권을 쥔 사회에서 그들에게 성적 희열을 주는 여성들의 신체를 그린 그림들, 그 이면에 감춰진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공포심,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성서나 고전의 응용 회화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나야만 했던 에로티시즘, 훔쳐보기의 본능, 기존 사회의 가치관으로는 용납하기 힘들었던 근친상간, 동성애, 양성구유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미궁 속의 ‘성’이 이 책에서는 속속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에로티시즘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선정, 그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구조를 따랐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통일성 있는 맥을 짚어가면서도 순차적인 ‘성’ 개념의 변화 양상까지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다.
또한 그림을 읽어내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도상학적 개념들에 대한 제시와 한 장의 그림을 앞에 두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문장으로 써 내려가, 읽는 이로 하여금 별다른 부담이나 거부감 없이 자연스레 그림 속으로 파고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자칫 겉으로 내놓고 거론하기 꺼려질 수도 있는 ‘성’ 담론을 솔직하면서도 격조 있게 흡수하게 도와준다. 그것은 에로티시즘을 미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들의 내면세계를 날카로우면서도 겸허한 시선으로 소화해내는 두 저자의 통찰력이 담보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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